경영전략이 필요한 이유 (내가 탁상공론 같은 전략을 싫어했던 이유)

경영전략 정말 필요한 걸까?
깔끔하고 딱딱 떨어지는 Frame work와 그에 기반해서 기업의 전략을 짜는 게 멋있다. 마이클 포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헨리 민츠버그 등 경영전략 대가들이 쓴 책들부터 Mckinsey, BCG, Bain 출신들이 쓴 전략컨설팅 책과 글을 한동안 많이 읽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거의 읽지 않았다. 이유는 경영에서 전략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Product를 팔아내는 몸싸움, 영업, 현장 감각(Dynamic)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닐까? 전략은 지나치게 선형적이고 정적(Static)이야. 무의미한 탁상공론 아닐까?”

그런 이유로 계획과 거시적 분석을 중요시하는 전통적 경영전략보다는 린스타트업이나 애자일, 그로스 해킹과 같은 빠른 실행에 초점이 맞춰진 방법론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타트업과 IT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 중인 조직이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내서 가설 검증, 학습,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현장에서 몸싸움해가며 사람들이 Product에 지불용의가 있는지를 빨리 확인하고 고객의 Pain point가 해결되는지를 확인하고 개선한다. 스타트업은 세상에 없는 사업을 만들어서 키우는 일이다. 실행이 중요한 스타트업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전략경영 책에 나오는 Cost leadership(비용우위)이나 differentiation(차별화)이 현학적이고 뜬구름 잡는 듯했다. 사업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터 선생님.. 말씀만 어려운거 아닌가요?

“자고로 사업은 위의 프로세스처럼 현장에서 몸싸움하고, 세일즈해서 팔아내는 게 사업이지, 저건 실제로 팔아보지도 않은 학자들이 그럴싸하게 말하는 거잖아”

FACEBOOK, APPLE, MICROSOFT, AMAZON 세상을 바꾸겠다는 창업가들의 비전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미친놈들이 진짜 미친 실행력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나도 저렇게 멋진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스타트업에 열정이 생겼었다. 멍청하게도, 우아한 백조가 되기 위해 수면에서 얼마나 많은 발길질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헛발질이 있었을까. 나는 멋진 비전과 성공에 반했지, 돈을 벌기위해서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환상을 만들어 놓고 좋아한거다.

발길질 개 힘들겠다 ㅠㅠ

비전보다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돈을 버는 건, 그 자체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준다는 뜻이며 사회경제적으로 고용을 비롯한 여러 가치를 준다. 또한, 기업은 돈을 벌어야 다음 발걸음을 꿈꾸고 비전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럼 IT 말고 다른 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집에서 샤워할 때 쓰는 샴푸, 나가면서 입는 청바지와 자켓 그리고 수다 떨러 가는 카페의 커피, 학교에 가기 위해 타는 지하철, 학교에서 듣는 강의, 수업이 끝나고 사 먹는 술, 자기 전에 보는 Netflix와 Youtube, 심지어 몸뚱어리도 유지보수가 필요해서 병원비와 튜닝비가 들어간다. 그냥 다 돈이다. 기존의 산업에 어떤 문제점들 개선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사업 기회이고 돈이다.

다른 산업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사업은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다. 싸게 만들고 비싸게 파는 것이 본질이다. 제품을 얼마에 만들어 내는지(원가) 그것을 얼마에 파는지 (가격과 차별화), 다른 제품과는 어떻게 차별화해서 경쟁력이 있는지(경쟁우위와 차별화)가 중요하다. 이것이 충족되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은 락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무명가수다. 꿈은 원대해도 첫걸음은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며 유튜브로 인지도 쌓으면서 푼돈을 벌어가며 살아남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언제까지 작은 기업일 수만은 없다. 스타트업도 성장한다. 기업의 볼륨이 커지면 머니 게임이 가능해지므로 스타트업처럼 극단적으로 Lean 한 사업방식을 굳이 고수할 필요도 없다. 가진 자원(인적, 사회적, 정치적, 금전적)이 크고 많고 또 그걸 써야 하기 때문에 스케일이 작은 사업에 착수하기도 어렵다.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업의 Stage별로 전략의 중요성, 스케일이 다른 것이다. 

전략은 큰 그림이다
전략은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내가 어떤 포지션에 자리 잡을지를 정하는 것이다. 동적(Dynamic)인 경영환경에서 인사이트를 뽑아 행동할 수 있는 계획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전략은 동적(Dynamic)인 현실을 단순화시키고, 전략을 만드는 동안 현실과 시간적 괴리가 생기기 때문에 정적(Static)으로 보일 수 있다. 그게 전략이 가진 단점이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전략은 기업과 사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지도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해서 우리가 현실에 대응해 Action할 수 있게 만든 계획이다. 물에 젖어 번진 지도를 들고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떠나는 것보다 낫다. 목표로 하는 지향점을 찍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봤을때도 전략은 구성원들간 합의된 언어이다. 팀원들에게 “나는 생각이 없지만 일단 가보자”라고 했을 때 누가 순순히 따라갈까? 큰 그림인 전략은 어느 업계의 어느 기업이나 필수이다.

전략이 없으면 한 번의 성공을 유지할 수 없다. 간편 송금 앱으로 시작한 Toss는 거대금융플랫폼이 되었다. 간편 송금 앱에서 머물렀다면 지금 같은 성장 그리고 대형사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카카오가 채팅 앱으로만 머물렀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경영자는 꿈을 꾸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도태된다. 전략은 필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못 읽어서 시계장사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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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이승기
2 years ago

시계장사의 피봇팅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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