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에서 사업을 배울 수 있을까? (경영학과에서 배울 수 없는 것)

경영학과에 온 이유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경영학과에 왜 지원했었냐고 물어보면 ‘사업을 하고 싶어서요’ ‘돈을 벌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 역시,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동경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같은 멋진 비전으로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멋있어서 왔다. 대학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업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좋은 팀을 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파는 법을 배우고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처럼 회사를 차리고 싶었지ㅎ

아쉽게도 경영학과에 지원한 고등학생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경영학과에서는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기능을 가르친다. 재무나 마케팅, 회계 같은 특정 Function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경영학 교육의 목표 역시 큰 회사에서 특정 Function을 담당하는 관리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사업가를 육성하는 것이 경영학과의 교육 목표는 아니다. 설령 기업가 육성이 목표이더라도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경영은 무엇이고, 경영학과에서는 뭘 배우는지 잘 설명한 책

경영에 필요한 기능들을 배우는 것이지, 경영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사업을 만들어가는 방법과 과정을 다루는 수업을 거의 못 봤다. 그러면 무엇을 배우냐? 우선 이 질문에 앞서서 경영과 경영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첫째, 조직이란 특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둘 이상의 모임이다.

둘째, 경영이란 특정 조직이 가지고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모든 조직은 ‘경영’ 가능하다.

셋째, 세상에는 여러 조직이 있지만, 경영학은 기업이란 조직을 경영하는 방법을 다룬다.

넷째, 기업 경영에는 여섯 가지의 기능이 있다. 재무, 마케팅, 회계, 생산, MIS, 인사이다. 경영학과에서는 기업 경영의 6 기능을 개별적으로 깊게 다룬다.

그러나 경영에 필요한 기능들을 배우는 것이지, 경영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기능을 배운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업은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파는 것’이다. 이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대답해야 하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1.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팔까? (마케팅) 2. 제품을 어디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까? (생산) 3. 어디서 돈을 구하고, 어디에 얼마만큼의 돈을 쓸까? (재무금융) 4. 업무수행에 효과적으로 조직체를 꾸릴 수 있을까? (인사조직) 5. 가진 자산의 변동을 어떻게 측정/분석/이용할까? (회계)이 질문들을 개별적으로 깊게 연구하고 발전시킨 것이 경영의 기능이자 경영학의 분파(마케팅, 생산, 재무금융, 인사조직, 회계)가 되었다.

경영학과에 들어오면 이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마케팅 트랙에서 마케팅원론, 마케팅 조사론과 같은 과목들이 열린다. 각 기능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기능은 사업을  잘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경영이다. 기업의 전반적 활동 아래에 기능이 존재한다. 경영은 Function이 아니라 Cross-function이다. 경영학과에서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경희대 경영학과 수업 목록

분명 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아니 경영학이 실용 학문이라는데, 이렇게 배워서 회사에서 써 먹을만한게 있나?’,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 수업들 잘 들으면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 ‘경영학 4년 동안 공부해서 뭘 남길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학생들이 있을 거다.

 

경영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사업하고 싶거나 경영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1) 각각의 기능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Cross- function을 이해해야 하고 2) 실제로 배운 걸 써봐야 한다. 

실용 학문이라 불리는 경영학과지만 이 cross-function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 학기 지나면 배운 지식을 다 까먹는 헛공부다. 기능별 과목에서 배우는 지식과 여러 기능을 엮어서 생각하는 연습을 학교 밖에서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연습할 기회가 별로 없다ㅠㅠ.)

장사든 회사건 마케팅, 재무관리, 회계에서 배운 지식과 관점을 사용해야 한다. 이 조직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10억 원으로 프로모션을 했을 때, 마케팅 효과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예측하고, 그 프로젝트에 돈을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이며, 투자위험은 어떻게 분산시키는 것이 좋을지, 결과적으로 어떤 선택이 사업에서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높일지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관점을 현실에 적용하여 체화할 수 있다. 이론과 현실을 오가며 본인만의 인사이트를 유연하게 쌓아야 한다.

경영학 전공해서 필드에서 뛰고자 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운 기능 지식과 마인드를 계속 쓰면서 생활해야 한다. 체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무관리’ 한 학기 공부하고 A+ 받은 뒤 그다음 학기에 전부 까먹는 헛똑똑이 된다. 4년 공부해서 남는 건 경영학적 Mind-set이 전부다.

열심히 공부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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