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학생의 인생 설계

최근 2년 동안 보통 3-4개월을 주기로 진로에 대한 압박감으로 며칠씩 다운되곤 한다. 최근에 깨달음이 왔다. 어른들은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이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고나서 해탈했다. 젊어서는 미래가 불확실해서 무섭고, 나이를 먹으면 미래가 확실해서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니ㅋㅋ 인생이 불안과 권태 사이에서 오가는 줄다리기 라는 건 뭐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더라.

여담이지만 이것을 인정하고 나니 햇살이 비치는 교정, 깔깔 거리며 점심 먹으러 가는 무리들, 꼭 붙어다니는 핑크빛 커플들, 동방의 소음, 불안에 떨며 나누는 진로 고민까지 모두 다 멀지 않은 미래엔 끝이 난다는 생각에 다 아련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그 덕에 불안에 떨며 조급하게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성취한 것도 없지만^^)을 내려놓았다. 졸업 이후의 삶과 커리어를 찬찬히 고민하는 중이다.

내가 지향하는 ‘미래’의 삶과 ‘현재’의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고민해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Bottom-up)으로 첫 커리어를 탐색하고,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Top-down)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한다. 둘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성공적인 커리어와 만족스러운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Bottom–up: 좋아하는 것에서 진로 찾기
‘현재’의 내가 잘하는 것과 재미를 느끼는 것을 찾는다. 단, 내가 잘하는 것과 재밌어 하는 것은 변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특별히 재능이 있는 분야가 아닌 이상 재미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거의 일치하므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내가 재미없는 것과 못하는 것을 찾는다. 그것들은 미래에는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르나 적어도 지금 진로를 설정함에 있어서 제외한다. 단, 현재 잘하지 못하는 것 중에서 ‘갈고 닦아야하는 분야’는 제외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영어나 컴퓨터 기술 같은 것들은 그닥 재미없고 잘하지 못하지만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 갈고 치러야할 비용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나의 시간을 어디에 쓰는 지 복기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아왔을테니까!

좋아하는 것

비즈니스: Product management 관련 책 읽기, Marketing책 읽기, Strategy 책 읽기, Finance 책 읽기, investment책 읽기, Corporate 책 읽기, Design책 읽기, 온라인 상 다양한 채널로 비즈니스 관련 지식/경험 읽고 듣고 보기, 업계에 있는 선배들과 이야기 나누기
발전적이고 재밌는 인간관계: 똑똑한 사람, 재밌는 사람, 생각이 큰 사람과 실행력 강한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 가볍게 맥주 마시면서 친한 친구랑 웃긴 썰 풀기
분석: 구조화, 글쓰기, 논리적 해결책 제안
관심 분야를 꾸준하게 학습: 재밌는 공부를 천천히, 오래 공부함. 암기보다는 적당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공부를 좋아함. 재미없는 분야는 두 번하면 재미를 느끼는 편임.
좋은 성적을 받았던 과목: 회계원리, 원가회계, 재무관리
재미있었던 수업 과목: 재무관리, 기업가치평가, 경영전략, 회계, 통계학

재미없거나 잘 못하는 것

상세한 수치 분석: 경제 지표 분석, 큰 데이터 분석 
기술친화적이지 않음: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음, 새로 나온 기술을 잘 사용하지않음.

이것들은 잘하지 못하지만 길러야 하는 스킬이다. 

못하지만 잘하려 하는 것

남 탓 안하기, 분석 후 실행하기, 가까운 사람들 잘 챙기기, 생각하고 글로 남기기, 제안은 신중하게 고민하고 승락 결정하기, 거절 빨리하기, 내 시간 비싸게 쓰기, 남의 시간 비싸게 대하기

bottom-up 요약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좋아하는 분야는 ‘비즈니스’이며,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학습한다’.
그 분야가 무엇이든 ‘존경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 ‘디테일한 숫자 분석’은 상대적으로 흥미가 적다.

Top–down: 최종 꿈에서 진로 찾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떠올려 본다. 이성이랑 밤 늦도록 술마시는 게 정말 재밌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이 들어서 가족 대신 어두운 술집에서 서글픈 삶의 만족을 찾고 싶진 않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이 불행하면 나도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만은 절대적으로 믿는다. 최근 어떤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60 언저리 이신데, 하루하루의 삶이 정말 충만해보였고 웃으실땐 그 얼굴에서 어린 소년이 보인다. 정말이다.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나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렇게 살다가 죽으면 오늘 죽는다고 해도 꽤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그리는 것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행복한 삶을 스스로에게 맞게 정의하는 것이다. 그 방향과 맞도록 살게 하고 결국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았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도움되는 삶
끊임없이 배워야하고 성장하는 삶
매우 뛰어난 사람들과 경쟁하고 협력하고 성장하는 삶
친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진지하게 발전적인 이야기할 수 있는 삶
멋진 파트너와 가정을 이루고 재밌게, 속이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삶
최종적으로 작더라도 내 비즈니스를 하는 삶

멋진 형들ㅋㅋ

종합 (Top-down& bottom up: 진로와 내가 지향하는 삶 부합 여부)
현재 최종적으로는 내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만 특정 산업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을 넓게 접할 수 있는 컨설팅과 금융/투자 업계가 매력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필드도 겹치기 때문에 만족스러울 것 같다. 업계 특성상 사적인 인간관계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다소 적을 수도 있겠지만, 짬짬이 여유를 즐길 수 있을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좋다. IB, 컨설팅, 영업 등 현재의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활동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또한, 진입장벽이 꽤 높은 업계라 내가 진입하지 못 한다하더라도 내가 관심있는 영역을 바탕으로 다른 업계에 진입하더라도 꽤 괜찮다. 어짜피 최종적으로 살고자 하는 삶에 전혀 벗어나지 않고, 하는 일에서 만족할 수 있을 거 같다. 또, 거기서 최선을 다하면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냥 어디 있든 최선을 다해서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기회는 어디서나 찾아오는 것 같다. 3주 동안 고민하면서 쓴 글인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 이 글을 다듬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생각과 글은 무서운 정글이 아닌 부모님의 보호 아래 편안히 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배부른 글, 지적 허영일 수도 있지만 정말 이 글대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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