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세계관: 재무관리

들어가며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수학과 교수인 Michael Starbird 교수는 미적분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말한 바 있다. “1,200페이지에 달하는 전형적인 미적분학 교과서에서 아이디어는 겨우 두 페이지에 불과하면 나머지 1,198페이지는 예제와 응용문제로 가득 차있다.”

 

재무관리 개론
이번 학기 박원규 교수님의 재무관리는 제일 재밌게 들은 수업이다. 교수님이 워낙 웃기신 교수님이기도 했고, 재무관리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 해석 방식이 나의 가치관과 유사해서 흥미를 갖고 들었다. 재무관리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길래? 1,000장이 넘는 재무관리 교과서의 단 한 가지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현금흐름이다.

재무관리는 재무(finance)를 관리(management)하는 방법을 배운다. 경영 활동에 있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에 관련된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재무관리의 목표는 낮은 자본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조달된 자금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자 안에 투자하여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적게 쓰고 많이 벌면 성공적인 재무 관리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차이인 현금흐름이 재무관리의 주된 관심사다.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위에서 모든 활동(자금조달,투자 등)의 여부를 판단한다.

 

재무관리의 세계관
‘재무관리’의 패러다임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그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찍힌다. 어떻게? 현금흐름으로 찍힌다. 그 사람이 평생 벌어들일 돈과 그 사람이 평생 쓸 돈의 차이를 구하는 것이다. 재무관리의 세계에서 모든 것의 가치는 그것이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의 순현재가치(NPV: Net Present Value)이다.

(현재가치 설명: 흔히 줄여서 현가나 PV라고 많이 한다. 경영학의 여러 파생학문의 기초가 되는 개념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계산된 현재 시점의 가치를 말한다. 오늘의 1만원은 10년 뒤의 1만원과 가치가 같지 않다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즉, 미래의 돈의 가치는 오늘의 얼마의 가치와 동등한가를 계산하는 과정이다. 순현재가치=(미래현금유입-미래현금유출)의 현재가치)

나와 결혼할 배우자의 가치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똑같다. 배우자의 미래 현금유입과 현금유출을 구해서 빼주면 그것이 배우자의 가치이다. 여기서 “아니, 감정적 교류나 자녀계획 및 양육 같은 현금흐름으로 계산되지 않는 부분들은 어떻게 할 거냐?!” 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재무관리에 세계는 모든 것을 현금흐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얻는 기쁨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발생시키는 슬픔, 이혼 가능성으로 인한 재산분할 등과 같은 비용에 얼마의 가격을 부과하여 현금유출로 파악하면 된다. 모든 준비가 되면 현금유입과 현금유출을 빼서 순현재가치를 구하면 된다. 모든 계산이 끝난 후 순현재가치가 양(+)인 선택을 하면 된다.

너무 삭막해 보이는가? 누군가는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것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선택과 사람들의 행동이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연애에서 사랑해도 헤어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상대방을 사랑하더라도 상처받는게 더 힘들고 크면 헤어져야한다. 나는 바보였던 거 같기도 하다. 그거 못하면 순현재가치가 음(-)인 선택을 하는 바보다! 다만, 재무관리에서는 그 선택을 개인의 편향된 직감이 아닌 현금흐름 관점에서 분석하고 계산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옳은 선택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돼지 vs 소크라테스

재무관리의 세계관: 나의 사례
나는 태어나서 누군가를 ‘손절’ 해본 적이 없다. 절교는 너무 유치한 행위처럼 보였다. 서로 간에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고 화해하고 잘 지내면 되지 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싶었다.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 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재미가 없어졌고, 지루하고, 비생산적이라고 무의식중에 느꼈다. 그래도 오랜 친구들이니까 그런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 친구들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Cash out-flow)가 (cash In-Flow)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있던 그 단톡방을 바로 나왔다.

NPV(순현재가치)의 개념을 알게 되고 모든 것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을 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는 데 쓰는 시간과 돈을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미래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나의 연봉을 높일 수 있고, 현재 더 재밌고 즐거운 친구들과 놀 수 있다. 억지로 그 친구들과 웃으며 시간 보내는 것에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었다. 현금흐름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내 삶이 더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쓰는 비용(돈, 시간, 감정)이 편익(감정, 시간, 돈)보다 컸기 때문이다. NPV가 음(-)인 만남을 포기했다.

 

안 좋은 감정은 없었다. 그냥 서로 맞지 않음을 느꼈다.

 

나가며
재무관리를 배우면 NPV라는 기준 덕에 의사결정이 명확해진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무언가의 가치를 구할 때는 돈을 그것이 발생시키는 미래 현금유입과 내가 투자현금유출의 차이를 구하면 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가급적 내가 결제하거나 그것이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내자는 주의이다.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대단히 싼 값에 상대방의 호의를 살 수 있고, 그것이 나에게 나중에 더 큰 기회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NPV>0이기 때문에 돈을 쓰는 것이다.

기업들이 하는 사회공헌활동들까지도 그 기업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런 활동들이 NPV>0이어서 현재 사회공헌에 쓰는 현금보다 미래에 어떠한 경로로든 더 큰 현금유입을 가져오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 NPV를 시시콜콜 계산하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문제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재무관리 아이디어는 이 세상 모든 것의 가치는 그것이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의 순현재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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