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모험(상)

금융은 나쁘다
론스타, 사모펀드. 금융이라 하면알 수 없는 용어를 내뱉으며 똑똑한 척하는 기업 사냥꾼이 떠오른다. 혹은 똑똑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돈도 못 버는펀드 매니저가 떠오른다. 금융하면 떠오르는 좋은 이미지가 있나?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는 금융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가치는 그것이 발생시키는 미래현금흐름의 순현재가치
2019년 봄학기에 재무관리(principles of corporate finance) 수업을 들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수업에서 듣는 금융이 세상을 해석하는 세계관에는 끌렸다. 모든 것의 가치는 미래에 얻게 될 현금의 현재가치다. 이것이 재무관리의 전부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도 평생 벌어들일 돈을 합산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나름의 비약이 있지만 매력적인 논리다. 무언가 결정을 할 때, 재무관리(금융)의 논리로 결정하니 명쾌해서 유용했다. 어떤 행동으로 인해 ‘드는 노력’과 ‘얻는 이익’을 비교하여 이익이 더 크면 행동하는 식이다.

이 수업을 듣고 금융이 재밌어서 관련 서적과 영상을 섭렵했다. 그렇게 공부하던 중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이 업계에 내 삶을 바칠 수 있을까? 스크린 위의 숫자들에 인생을 바친다면 너무 덧없지 않을까?”

그렇게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을 만났다!

 
금융의 모험
결론적으로 금융은 인간을 위해 태어났다. 금융은 유용하다. 인간이 리스크(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이 바로 금융이다. 우리는 금융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분자 생물학은 생명의 가장 기본적 단위에 정확히 초점을 맞춘다. 마찬가지로 금융에서도 가장 기본적 단위인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분야가 있다. 그 분야를 ‘자산 가격 결정(Capital asset pricing)’ 분야라고 한다.

하지만 생물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 다른 생물들과 함께 공생하며 돌발 상황을 겪는다. 세상의 온갖 우발적인 사태와 혼란스러운 상황에 주목하는 사회 생물학이 있다. 기업들의 복잡한 행태에 관해서 연구하는 분야를 ‘기업 재무’라고 한다. 금융의 모험에서는 ‘자산 가격 결정’과 ‘기업 재무’로 나누어 금융을 이해한다. 이 책은 금융은 내 커리어를 받칠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왜냐고? 자, 그럼 금융의 모험을 떠나볼까?

 
보험 = 위험 관리 수단
금융은 보험으로 먼저 태어났다. 보험은 우리가 위험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요즘 시대는 50살만 되도 은퇴한다(ㅠㅠ). 은퇴 이후 90살 때까지 남은 40년을 살아가야 한다. 돈을 못 벌지도 모르는 미래에 오래 살지 모르는 것이 바로 ‘위험’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금에 가입해서 남은 40년 동안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으려 한다. 현재 보유한 재산을 ‘연금’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가 장수할 리스크를 해결한다. 많은 사람의 돈을 모아서 큰 돈으로 만든다. 위험이 닥쳤을 때, 돈을 줘서 도와준다. 보험은 각자의 리스크를 하나의 뭉칫돈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 즉 모두가 함께 위험한 일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자산가격결정 – 보험의 가격
금융은 보험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개인이 뭉칫돈을 관리하는 보험 회사에 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금융은 이 어려운 문제를 정규분포에 기대서 해결한다. 보통 84세에 죽을 확률이 제일 높으므로 84세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설정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률을 알아내는 유일한 길은 경험이다.

마치 보험회사가 사람들의 죽음이 84살에 주로 일어난다고 판단하여 보험금을 설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험상 이 정도의 확률이더라’ 라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확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정확한 확률을 책정하기 위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많은 경험이 반복될 수록 더 정확한 확률을 구할 수 있다.

타인과 연대해야하는 이유
확률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험이지만 우리의 경험할 수 있는 수는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의 가짓수는 죽음이 있으므로 유한하다. 따라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 위해 우리의 경험을 넘어서는 타인의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는 남의 경험에 공감해야 한다. 그것이 금융과 우리의 삶이 타인에게 덕을 쌓아야 하는 이유이다. 사회 전체의 경험이 공유되고 축적될 때, 우리는 불확실성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옵션과 분산: 발 걸쳐 놓기
우리는 보험을 통해서 우리가 직면한 리스크에 값을 매기고 지불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그럴까? 그렇지 않다. 만약 잘못된 배우자를 선택할 무시무시한 위험은? 만약 취직하려고 하는 회사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회사일 위험은? 이럴 때 대비해주는 보험이 있는가? 없다. 하지만 놀랍고 똑똑한 금융은 보험의 논리를 살짝 변형하여 옵션을 만들어냈다. 옵션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직접 자산을 사는 대신 언젠가 그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 혹은 팔 수 있는 권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썸을 타면서 간을 보고 연애를 결정한다. 썸은 즉 만족스러운 연애가 될지 불만족스러운 연애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후에 있을 연애 진입을 해도 되고 or 안 해도 되는 일종의 ‘권리’이다. 강조하면, 상대가 괜찮으면 연애를 해도 되고, 별로면 안 해도 되는 권리(=옵션)이다. 우리는 보험의 논리를 살짝 변형하여 이렇게 사용한다.

옵션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보험과 유사하다. 우리는 최소한 썸의 필터를 통과한 이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썸이란 옵션 덕분에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 예컨대, 만약 평생 한 번 밖에 이성을 선택을 기회가 없다면, 우리는 실패할까 두려워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썸과 연애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서 나에게 더 맞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갈 수 있다. 우리는 헤어짐을 선택할 수 있다. 즉 실패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여력뿐만 아니라 의욕이 생긴다.

 
분산 – 내가 잠실에 계속 살고 싶은 이유 
분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잠실에 살고 이곳을 떠나기 싫은 이유가 주위에 즐길 게 많다는 것이다. 심심하면 집 앞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배고프면 집 앞 식당에서 영화를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질리면 쇼핑몰을 구경한다. 내가 지방에서 살기 싫은 이유는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그 심심함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나는 ‘지루함’이라는 위험을 분산한다. 지루해질 때쯤 다른 것을 하면 된다. 분산도 위험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개념이다. 이 역시 보험과 유사한 논리이다. 분산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뿐만이 아니라 수익(나의 즐거움을)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비슷한 수익을 얻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까?

 
자본 자산 가격 결정(Capital asset pricing)
누차 이야기하지만 금융은 본질적으로 리스크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험, 옵션, 분산과 같은 리스크 관리 수단을 통해 우리의 불확실하고 위험한 삶을 관리한다. 분산과 옵션의 마지막은 마찬가지로 자산의 가격을 얼마로 결정할 것인지이다. 분산의 장점을 아는 개인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투자를 할 것이다. 개별 투자를 파악할 때, 임의의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측정하려면 폭넓게 분산된 포트폴리오와 비교할 때 그 자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러한 포트폴리오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지를 볼 것이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자산을 고베타 자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산은 우리가 투자할 때의 보험과 같은 효과를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름 위험한 자산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자산에 대해서 높은 수익을 요구한다. 자산이 만드는 현금흐름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싸게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고배타 자산의 수익률이 높다는 뜻이며, 자산의 값이 싸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조금 움직이는 자산을 저베타 자산이다. 그리고 시장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마이너스 베타 자산이라고 부른다. 마이너스 베타 자산은 대부분의 자산들이 출렁거릴 때도 고요하게 있는 자산이다. 이는 우리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저베타자산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 자체만으로 보험이므로. 나는 누군가에게 저베타 자산이 되어주고 있을까? 반성하게 된다.

 

보험과 리스크 관리의 목적은 도전하기 위해서다
금융은 리스크 관리의 수단이다. 수단은 수단일 뿐이다. 우리의 목적은 용기와 도전이다. 우리는 공부를 통해 미래 연봉이라는 위험을 관리한다. 다시 말해, 죽을 때까지 학교에서 공부만 할 수는 없다. 언젠가 진로를 선택하고 야생에 뛰어들어야 한다. 어렸을 때 다양한 기본 지식 수학, 공학, 경영학, 철학을 공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길을 좁혀 걸으며 나의 내부 세계로 외부 세계에 이바지해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연애만, 썸만 탈 수는 없다. 한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는 것을 결정해야한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여러 선택지(옵션과 분산)으로 길을 탐색하지만 결단의 순간에 우리는 선택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바로 금융의 지혜이다. 리스크 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감수해야하는 커다란 내기에 더 잘 뛰어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인지 따지지 않고, 우리는 몸을 던져야 한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아직 어른이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될 필요도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

리스크 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감수해야하는 커다란 내기에 더 잘 뛰어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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