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제품-시장 궁합(PMF)

내가 올리는 글을 제품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올리는 글들이 쌓이고 감사하게도 댓글과 따봉을 눌러주는 분들이 생겼다. 혼자만의 외침에 불과했던 글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관계가 생겼다는 것은 내가 다뤄야 할 상황이 이전과 달리 복잡해졌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관리해야 함을 뜻한다.

무슨 말이냐면 솔로라면 밤늦게 술을 퍼마시든 토요일 오후 4시까지 자든 말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연애 중이라면 걱정하는 여자 친구에게 학교 세미나가 끝나고 뒤풀이에 가서 팀원들과 함께 있다고 말도 해야 하고, 토요일에는 성수에서 데이트도 해야 하니 늦게까지 퍼질러 자서는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늦게까지 잘 수 있어서 다행이다 휴^_^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을 매개로 소통하는 관계가 생겼고 우리는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관리해야 한다. 그 이슈가 무엇이냐?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인지, 누가 보는 글인지, 누구를 위한 글을 써야 할지, 얼마나 짧고 길게 쓸지 등에 관한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이며,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 블로그가 잘 성장하고 있는 걸까?
Product-market fit(PMF)은 내가 만든 제품의 특성이 판매하려는 고객(시장)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개념이다. PMF가 맞으면 홍보가 없더라도 자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이 발생한다고 본다. 나도 글을 쓰고 나서 글의 반응을 평가하고 있다. 인구 통계적 특성(나이/직업/성별)에 따른 반응(좋아요/댓글/공유)으로 글을 평가할 수 있다.

어떤 글은 스타트업계의 남성분들이 댓글과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고, 어떤 글은 중학교 여자친구들이 댓글과 좋아요를 많이 눌러준다. 반응의 강도(좋아요 수/ 댓글 수/ 공유 수)로도 글을 평가할 수 있다. 어떤 글은 좋아요는 많은데 댓글은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너무 인사이트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걸까? 아니면 긴 글을 보기 귀찮아서 따봉만 누른 걸까? 어떤 글은 댓글은 많은데 좋아요는 적고 공유는 많다. 이 경우, 소수의 취향을 저격한 걸까?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글을 써야 할까 아니면 좀 더 넓은 타겟을 대상으로 글을 써야 할까?

이외에도 평가할 관점과 요소가 정말 다양하다. 이 사람은 내 글을 다 읽어보고 반응한 걸까? 그냥 습관적으로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른게 아닐까? 내 글과 사람들의 반응을 두고 어떤 해석이 올바른 해석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나의 글이 Product-market fit이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석해도 다 그럴싸하다. 분석을 이래 저래 해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 <->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

 

글을 제품으로 보면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글을 쓰는 목적과 이유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알아야 위의 테크니컬한 이슈를 평가하는 원칙이 생긴다. 처음에 내가 글을 썼던 이유는 오롯이 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목표 때문이었다.

지금은 여러 사람과 소통하면서 글을 쓰는 이유가 조금 바뀌었다(확정적이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경영전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사람들(대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0대 학생일까? 30대 업계 주니어일까? 40대 현업 전문가일까?)에게 비즈니스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고민을 해결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내 글의 목적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줄 타겟은 누구일까?

나는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도대체 경영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완전 파편적인 헛소리를 배우는 것 같은데 이렇게 4년의 대학 생활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반대로 내가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고민들에 대해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탕이 될 때, 위에서 말했던 PMF를 비롯한 여러 분석이 목적을 향해서 잘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재밌어 보이는 여러 실험을 ‘그냥’ 하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통해 ‘목적’을 다시 조율하면 된다. 선형적인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제품이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서는 제품의 목적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제품을 통해서 만들어 낼 것인가? 아직 내 글은 궤도에 오르지 않아서 더 다양한 글을 쓰고 실험하면서 내 글의 목적과 가치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있다.

 

직접 해봐야 고민한다
사실 이런 글은 굉장히 뻔하다. 경영의 실제,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한 여러 경영 구루들의 서적에서 뻔히 다루는 이슈다. 책의 저자들은 그것들이 정말 중요해서 다루겠지만 개인에게 책 속의 지식은 와닿지가 않는다. 아니, ‘제품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고 어떤 가치를 창출해야하는 지 고민해야한다.’ 라고 쓰여 있는데 이걸 누가 모르나?그냥 ‘그렇구나. 근데 뭘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냐..?’ 하면서 넘어갈뿐. 내가 얼마나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고민한다. 그 고민의 깊이만큼 성장하고 좋은 제품이 나온다.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러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서야 책 속의 말을 진짜 이해하게 됐다.

글을 쓰고 여러 활동을 직접 실행할수록 고민의 깊이가 성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공모전에 나가 스펙을 쌓는 게 쓸모없는 이유는 대부분 자기 문제가 아니라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의 깊이가 낮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책 속의 죽은 지식 대신 현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가면서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면 더 알찬 경영학과 4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행력이 부족한 나 스스로 하는 다짐이다.

생각해야 성장한다

굿윌헌팅의 대사로 마무리
“내가 미술에 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그에 대해서 잘 알 거야. 그의 걸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본능까지도 알 거야, 그렇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난 봤어! 너에게 사랑에 관해 물으면 한 수 시까지 읊겠지만, 한 여인에게 완전한 포로가 되어 본 적은 없을걸?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더 이상 환자 면회시간 따윈 의미가 없어져.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넌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굴 그렇게 사랑한적 없을걸?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내가 찔리네…??). 하지만 넌 천재야(난 천재도 아닌데?!). 그건 그 누구도 부정 못 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도 못해. 너 고아지?(부모님은 계세요ㅠ) 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너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든 알 바 없어. 우선 너가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이야.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내가 찔리네…??). 하지만 넌 천재야(난 천재도 아닌데?!). 그건 그 누구도 부정 못 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도 못해. 너 고아지?(부모님은 계세요ㅠ) 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너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든 알 바 없어. 우선 너가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이야.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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