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하여 – 약한 토끼는 착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있어야 남도 있다. 피해 좀 주고 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의 저자이자 종양외과 의사인 김범석 님은 휴가를 떠나려고 하는 날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의사가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을 후벼파이는 것처럼 아팠다고 한다. 그런 그는 죄책감 때문에 항상 휴가 없이 일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는 신경질적으로 진료를 보게 됐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가족과도 유대를 쌓지 못했다.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몰아치는 것이 오히려 모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나는 한 명의 환자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이 죽음에 가까운 위기가 있더라도  휴가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가까운 환자는 항상이 있다. 하지만 의사 본인은 1명이다.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주체인 내가 망가지면 남도 없는 것이다. 내가 망가지면 다른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없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어느 의사 영화였던가
 
‘정 많고, 마음 약한 놈들은 다 우리과 떠났어. 환자가 죽어가는 걸 도저히 못 봐.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서 이렇게 환자를 치료하는 놈들은 우리처럼 환자한테 공감 못하고 냉정했던 놈들이야’
 
휴가와 똑같다. 공감 못하고 남에게 피해(=휴가)주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도리어 남의 감정에 친절히 몰입하게 되면 자신을 잃는다. 그렇게 자신을 잃으면 그 어떤 원대한 일도 지속할 수 없다. 

남에게 나 자신을 내어주며 살 수 있는 성인은 거의 없다. 거의 없으니까 성인이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겠다는 고결한 태도로는 현실에서 누구에게도 임팩트를 줄 수 없다. 자신만 파괴할 뿐이다.  

나는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남에게 적당히 피해주고 살아도 된다’라고 항상 되네인다. 그게 나와 타인에게 장기적으로 훨씬 바람직한 태도라 믿는다. 누군가에겐 이기적이고 염치없이 보일 수 있지만 상관없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홀로 설 수 있어야 남도 도울 수 있는 법이다.

 

돈은 힘이다. 힘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도 힘없는 토끼를 멋지다고 칭찬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 호랑이가 불의를 제압하기 위해 힘을 쓸 때 멋있다고 한다. (참고로 불의와 정의가 모호하다고 여기는 입장이지만 달리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이 예시를 쓴다)
 
어떤 토끼든지 토끼는 항상 착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그것은 착함이 아니라 약함이다. 힘이 없는데 어떻게 나쁠 수가 있나? 약함을 선함으로 포장한 생존전략은 존경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은 돈과 권력이라는 힘이 있음에도 그것에 취하지 않고 올바르게 쓰기 때문이다. 악마에 가까운 힘이 올바르게 쓰일 때 존경받는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악마가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 걸 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링크)
  

세상에는 경쟁 시스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상당 부분 마주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남보다 좀 더 뛰어나야 좋은 학교에 가고, 남보다 좀 더 뛰어나야 고용되고, 남보다 좀 더 쓰임세가 좋아야 월급을 받는다. 투자자 역시 일정 부분은 타인의 멍청함을 통해 안전망을 깔고 초과이익을 누린다.

어찌보면 ‘남보다’라는 측면에서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내가 있어야 남도 있는거다. 내가 힘이 있어야 남도 도울 수 있는 법이다. 또한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 그 과정은 선의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 덕분에 사회와 개인의 삶이 더 발전적이고 풍족해진다. 경쟁의 수혜물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세탁기가 발명됐다. 세탁기가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해방시켰다. 인류 문명의 대다수가 이 경쟁 시스템 속에서 탄생했다.

힘, 돈, 명예를 추구하는 건 그 자체로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우리의 페러다임이 중요하다. 

 
 
악마로 태어난 나타
 

근육과는 달리 돈은 저장가능하다.

슬프게도 사람이 너무 오래 살게 되어 버린 세상이다. 건강한다면야 상관없지만 병들고 쇠약한 몸 상태로 20년을 가까이 산다는 게 문제다. 나이 들고나면 혼자서 바지 입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남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돈은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걸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싶다면 ‘돈’으로 그의 능력과 교환할 수 있다. 몸이 약해져서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면 ‘돈’으로 그의 치료와 교환할 수 있다. 돈은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때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우리는 남의 도움과 교환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이 힘은 육체적 힘과는 다르게 죽기전까지 저장가능한 특징이 있다. 젊었을 때, 이 힘을 저장해두어 노년에 쓸 수 있다. 남은 20년의 여생을 사람답게 보내고 싶다면 돈을 저장할 수 있을 때 저장해야 한다.

젊은 토끼는 그나마 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늙은 토끼는 시켜주는 일도 없거니와 물리적으로 일하기가 힘들다. 가치있는 무언가와 교환할 ‘돈이 없다‘는 건 물리적으로만큼은 사람답게 살 수 없음과 동의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나 자신과 주위 몇 명의 지인이 전부라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장수로 인한 노후 빈곤 위험을 친한 지인에게 설명해주고 우리라도 살아남자고 위로하는 일이 전부인 거 같다. 조금 더 나가면 얄팍한 마음으로 쓰는 글 정도가 아닐까.

ETF와 연금저축이라는 좋은 금융 상품이 있다. 

 

요약

1. 돈이 없는 건 착한게 아니라 약한 거다. 강해야 즉, 돈이 있어야 내가 있고 남도 있다.
2. 남들에게 피해주고 살아도 된다. 그게 장기적으로 가장 적은 피해를 주는 일이다. 피해 못 주겠으면 토끼로 살면 된다.
3. 돈이 없다는 건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고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가 정말 어렵다. 나이 들어서 돈 없으면 정말 사람답게 살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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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위생백
친환경위생백
6 months ago

약한토끼로 사는 30대 초반 입니다.
사실 현재 대학 졸업 못하고 우울증으로 방구석에서 지낸 세월과
일은 커리어 쌓을 수 없는 블루칼라 직종만 했었습니다.

글쓴이님과 같은 블로그들이 정말 저 같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정말 부끄럽게도 하찮게 보이시겠지만
늦은 나이에 온라인 대학교 2학년으로 편입하였는데
학기의 반을 경영과 과목을 3개 수강중입니다.

나이어린 선배님으로서 많은 좋은 글들 계속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맘속 깊이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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