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아마추어

며칠 전 기획하던 프로젝트 제안서를 친구에게 보냈다가 대차게 깨졌다. 친구는 단호하게 ‘싫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줬다

 

오타

‘쉽습니다’를 ‘싶습니다’라고 오타를 냈다. 친구는 운동 관련 콘텐츠 만드는 친구인데, 광고 및 협업 제안이 정말 많이 온다. 그런데 오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제안이어도 더 이상 읽지 않고 답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타 발견하고 더 이상 읽지 않았다고 했다솔직히 그동안 ‘사소한 오타에 뭘 그리 깐깐하지. 맥락만 알면 충분한 거 아닌가’ 생각했다. 친구 왈 “절실한 사람이 절대로 오타 같은 기본적인 실수를 할거 같냐” 고 했다. 일에 진지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좋은 기회는 정말 많은데 굳이 기본이 안 된 사람들과 일할 이유가 전혀 없다맞는 말이다참 뼈아픈 실수다

 

긴 서론

친구가 제안서는 상대방이 알고 싶어 하는 제안의 핵심만 써줘야 한다고 했다. 내 제안서의 서론이 길어서 중간은 읽지도 않고 맨뒤로 넘어가서 결론만 확인했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론이 길다는 피드백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며칠 곰곰이 생각해보니 친구 말이 맞았다. 남의 시간은 비싸니 기본적인 큰 틀만 짧게 설명하고 그 뒤에 상대가 더 들을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본적인 제안의 개요에 대한 동의가 이뤄진 이후에 말해도 충분하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뱉어냈을 뿐이었다.

 

개인화되지 않음

같은 내용의 메일을 여러 명에게 보냈다. 친구는 제안할 때 누가 이렇게 성의 없이 보내냐고 했다. 여러 명에게 제안할 때는 개인화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개인별로 설득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 한 명씩 밥 먹으며 이야기했는데 왜 문서에서는 그러지 못했나 싶다. 중요한 순간에는 한 명씩 설득해야 한다 그게 메일이든 만남이든

 

 

“너 나랑 안 친했으면, 읽지도 않고 Fuck no라고 하고 꺼지라고 했다. 뭘 실수한 건지 피드백해주겠다”다고 면박을 당했다.

순간 부끄러웠지만 피드백을 주어서 정말 고맙다. 요새 제안도 많이 받고 반대로 내가 제안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안을 수락/거절하는 매너도 부족하고, 제안할 때의 매너도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욕먹을 때도 많다. 사회 초년생이자 프로로서의 기본기를 배우며 생기는 성장통이라 생각한다이등병 때 선임들한테 탈탈 털리면서 배우던 때를 생각이 난다아주 강하게 혼내준 친구가 고맙다솔직히 나는 그렇게  못한다.

 

이 경험 덕에 친분의 중요성을 느꼈다. 장황한 내 이야기를 30초가 아닌 한 시간씩 들어주도록 하는 건 그 사람과의 친분이다. 서로 몰랐으면 누가 내 말을 한 시간씩 들어주겠나. 이래서 다들 인맥, 인맥 하나보다. 새삼 내 이야기의 핵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이래서 비즈니스는 신뢰와 친분이라고 하는 건가

 

그다음 날 제안서 다시 작성하고, 제안서 검토 15번 하고 다시 보냈다. 친구 꼬시기에 성공했다

너드클럽. 우리가 하는 글쓰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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