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슈독 (인생은 실전이다)

인생 쉽게 살았다
전역하고 느낀 건 부모님의 그늘 아래 인생 쉽고 걱정없이 살았다는 것이다. 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병사 생활을 했다. 학원 하나 다니면 그냥 한 순간에 사라지는 돈이다. 돈 버는건 어려워도 쓰는건 한 순간이라는 생각에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도 들고,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한 마음도 들었다.

비록 의무복무이지만 실제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현실감있게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끔씩 하루 종일 우울한 날들이 생겼다.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 그리고 지금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미래에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그때도 내가 재밌어할까?”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내가 어떤부분에서 흥미를 느끼지?” “그동안 즐겁게 했던 것들 정말 내가 좋아하긴 하는걸까?” “나는 마케팅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마케팅 책 보는걸 좋아한게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하루 혹은 며칠을 다크하게 지낸다.

그래도 나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보면 금새 다시 생기를 되찾고 더 강한 의욕으로 무언가를 하게 된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다보니 슬럼프가 와도 금방 지나갈 감정이라는 걸 알고 그 시기에 의도적으로 다양한 자극을 찾는다.

비록 감정적인 힘듦에서 오는 고민들이지만 이 질문들에 대해서 나만의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 욕망에 스스로가 솔직하지 못 했고, 확신이 없었다는 회의가 생겼다. 나를 알고 싶었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물음에 스스로가 어떤 답을 얻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남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현재의 일을 하는지를 알아봤다. 부모님께 물어보기도,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SNS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DM을 보내기도, 책을 보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여건 상 책을 많이 봤다.

“이 사람들은 왜 사업을 시작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 걸까?” “일이라는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뭘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사춘기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인생의 첫 사춘기가 왔다.

나이키 창업자 Phil knight의 자사전 슈독(Shoe dog: 신발에 미친 사람을 뜻함)을 읽었다. 육상선수이자 회계사 출신의 사업가인 필 나이트의 어린 시절부터 나이키를 만들어 지금의 공룡기업으로 키우기까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꽤 두꺼움에도 불구하고 번역도 훌륭하고, 필이 너무 솔직한게 아닐까하는 정도로 찌질한 모습까지 솔직담백하게 써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필 나이트도 찌질이였다
우리는 멋지고 훌륭한 사람을 보면 동경하고 신격화시킨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기업을 손수 키워낸 사람 조차 사람이었으며 나약한 모습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낀다. 당연히 사람인 이상 부족한 모습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그들이 이뤄놓은 결과만 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그들의 나약한 모습을 전혀 상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작하자마자 잘 나갔을거 같은 이 대단한 기업이 멋진 product를 가지고 있음에도 망할 위기가 많았다. 이 회사는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크기 어려웠겠다 or 망했겠다 하는 생각이다. 이 창업자가 “세계 최고의 신발회사를 만들고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있었던 이래로 신발 회사를 운영해나가면서 필 나이트는 많이 흔들린다ㅋㅋ.

초기기업시절 거래회사의 배신을 맞았던 적도 있고, 돈이 부족해서 망할뻔한 적이 많았다.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회의감도 느끼고 포기할까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도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꿋꿋이 이겨내갔지만. 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의지를 가진 사람도 계속 흔들리는데 내가 흔들리는 건 지극히 정상이구나 안도감이 든다.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도 흔들린다는 걸 알게 되니 인간적인 동질감도 느끼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됐다.

흔들리더라도 혹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그냥’ 묵묵히 계속 작은 결과들을 만들어가는 태도가 결국 인생을 살면서 제일 중요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사 운칠기삼이더라도 기삼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게 결국 가장 중요한거 같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것도 같은 말이지 싶다.

멋진 형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가장 존경하게 된 형이 한 명있다. 나랑 비슷하단 느낌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내가 선망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그 형은 가지고 있었고, 나의 장점도 본인이 더 뛰어나게 가지고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 형은 3학년이었고 나한테 해주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자기는 3명이 할 수 있는 일을 본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데, 왜 회사가서 월급 500만원 받으면서 일해야하냐고 했다. 그 말을 할때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었다. 말만 그런게 아니란걸 알기에 멋있었다.

전역하고 오랜만에 만나 형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취업을 안 한게 다행일만큼 돈을 잘 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형 본인이 현재의 일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본인이 30살, 40살이 되서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돈을 잘 벌고 있지만, 그게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그 형이 사업 수완도 좋고, 최선을 다해서 사업을 운영해 나갈 사람이라는 걸 안다. 더구나 본인 잘난 맛에 산다고 말했던 형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놀랐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된 느낌? 창업이라는 남과 다른 선택을 할 만큼 용기가 있고, 그리고 큰 금전적인 보상을 이뤄냈음에도 2년 사이에 겸손해졌다.

형이 사업을 하면서 얻은 건 위기가 왔을 때 정신적으로나 무너지지 않고 침착하게 그 상황을 하나 하나 깨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행동이 생긴거라고 했다. 형이 아직 본인의 고민에 답을 못 얻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해나가는 태도가 멋지고 그 형을 다시 보게 됐다. 원래도 멋진 형이었는데 더 성숙해졌고, 더 멋있어졌다.

이 책과 형과의 만남에서 배운 건 2가지다.

1)대단한 사람도 흔들린다는 것
2)흔들려도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타이밍과 운은 통제가 가능하지 않으니 통제 가능한 “나”에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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