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앞에서 시계 장사한 썰

마케팅과 세일즈의 차이
마케팅과 세일즈는 모호하고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홍보 전략을 짜서 사람들이 사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고, 영업사원이 직접 파는 것을 세일즈로 이해하는 식이다. 비슷해 보이는 이유는 두 활동 모두 똑같이 매출이라는 같은 결과물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활동과 세일즈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마케팅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는 과정이다. 요약하면 고객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즉, 마케팅은 Customer(market)-in의 관점이다.

세일즈(영업)는 회사에 쌓여있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 고객을 설득하고, 때로는 고객과 불편함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팔아내야하는 활동이다. 판매자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제품이 좋건 싫건 만들었으면 일단 팔아야 한다. 그게 세일즈이다. 즉, 세일즈는 Product-out의 관점이다.

product-out & market(customer)-in

내가 했던 시계 장사는 전형적인 product-out 전략이다. 팔려는 품목(시계)을 정하고 재고를 매입한 뒤 상품을 판매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팔고 싶은 것 (팔릴 가능성이 큰 것)을 정해서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했다. 호객 행위를 하고 자극적인 말과 행동들로 시계를 사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팔았다. 내가 마케팅적 사고로 시계 사업을 구상했다면 애초에 논산에 가서 노점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나부터도 입대할때 노점상 시계를 사고싶지 않았는 걸!

더 이상 입대하는 청년들이 오프라인에서 시계를 구매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해당 시장에서 떠나는 것이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고객들은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 군용 시계 구매를 원하지 않는다. 시계를 논산 앞에서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a)신뢰할 수 없는 보따리상의 제품성능이나, b)가격, c)온라인 구매의 편리성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오프라인 채널 구매하기 싫다고 구매의 감소로 표현했다. 마케팅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소비자들이 존재하며 성장하고 있는 다른 유통 채널들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이 Customer-in이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해 내 제품을 사줄 고객들을 모아야 한다. 돈을 벌어서 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노점상의 경우는 고객의 재구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고객에 대해서 생각할 이유가 없어진다. 한 단위의 판매에만 집중하면 된다. 성수기 관광지에서 창렬 서비스에 당한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거다. 한번 보고 말 고객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가격을 후려쳐서 최대한 비싸게 판다. 판매자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좋은 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시장에서는 사업이 성장할 수 없다. 고객들이 a)재구매를 하도록 제품을 개선하고 b)피드백을 받고 c)열성고객을 만드는 과정을 계속 순환시켜야 d)사업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에서는 재구매가 없어서 개선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재구매를 일으킬 수 없는 제품과 시장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지속가능성과 2)확장성이 없다.

남은 재고;;ㅠㅠㅠㅠㅠㅠ

노점상 분석
나의 시계 노점상 프로젝트를 분석해보았다. 매주 월요일마다 이뤄지는 논산훈련소 입소에는 1600명 정도의 훈련병들이 들어온다. 그 중 구매고객은 20명이다. 80명 중 1명이 사는 셈이다. 군용시계를 입영하는 훈련병을 대상으로 팔았으니 Targeting이 꽤나 명확했다.

그러나, Targeting이 명확한데도 구매율이 1.25%에 그친다. 경험컨대 판매 대부분이 고객들의 특수한 상황(새로 산 시계를 깜빡해서 집에 두고 왔거나, 시계가 준비물이 몰랐다든지)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소수의 고객만이 잠재고객이라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논산훈련소 노점상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시계가 얼마든 비싸더라도 군대에서 꼭 필요하니까 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판매자의 힘이 강력한 시장이라는 이유에서 진입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계를 싼값에 때 와서, 비싸게 팔 수 있다고 가정했다. 옳은 가정이었다.

정작 문제는 잠재 고객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벌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 비싸게 팔 수 있어도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구매할 고객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으면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특수한 상황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왜 문제냐면 이 특수한 상황들은 오롯이 운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시계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올 가능성에 내 매출이 달려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은 오늘 장사운이 좋기를 바라며 “제발 오늘은 고객들이 고객들이 시계를 제발 깜빡하고 두고왔기를…”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날은 수십 개를 팔고 어느 날은 한 개도 판매하지 못 하고 돌아왔다. 사업에 ‘운’은 땔 수 없는 성공의 요소이다. 하지만, ‘운’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매출의 대부분을 기대는 방식으로는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없다. 마케팅 믹스인 4p는 경영자가 통제가능한 변수 4가지(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의 조합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프레임이다. 통제 가능한 변수인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힘이 부족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가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힐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고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사업에 있어서 운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통제가능한 변수의 영향력을 극대화 해야한다. 내 사업 아이템인 시계 노점상은 소비자들의 변화한 행동과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운’의 영향력이 커져버렸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 수 없었다.

제발 올라라..올라라..올라라.. 간절히 기도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파는 ‘이 제품을 살 사람’이 ‘이 시장에 존재’하는가이다. 그것이 바로 Product-market fit이다. 세일즈적 사고 방식만 가진 사람은 시장의 규모와 성장(하락)세를 고려하지 못한다. 그저 개별 품목의 한 단위 판매에 집중하는 바람에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어떤 물건이든 한두 개는 팔리기 마련이다. 불행히도 판매가 되면 모든게 잘되고 있다고 판단하거나 오늘 운이 안 좋아서 판매가 줄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소비자들이 이제 시장을 떠나가는 것이다. 세일즈적 사고방식으로만 장사를 시작한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Product-market fit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절하지 않은 시장에 진입한다. 고객에 대한 고민 없이 내가 팔고 싶은 제품만 고려한다. 시장상황이 바뀌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역사적으로 망한 기업들은 이런 고객에 대한 몰이해와 잘못된 전략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필름카메라 고집하다가 망한 코닥
팔고 싶은거 파는 우리 피잣집아저씨. 다들 비웃지만 나랑 다를게 없어서 안쓰럽고 공감이 많이 갔다.

마케팅은 마인드셋이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좋은 제품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에서 출발한 제품이 고객에게 팔리고 돈을 벌어다 주며 사업이 지속 가능해지고 확장할 수 있다. 마케팅은 가치관이다. 세일즈는 테크닉이다. 세일즈를 가치관으로 이해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바람부는 곳에서 연을 날려야하는 법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연날리기의 고수도 연을 날릴 수 없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케팅이 있어야, 세일즈도 가능하다. 고객중심적 사고를 기본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고, 판매적 사고방식은 생존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기술로써 이해해야 한다. 세일즈도 정말 매우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줌으로써 사업의 지속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 상반된 사고방식에 대해 경영자는 익숙해져야 한다.

시야는 멀리 두어 장기적인 전략을 그리면서, 손발은 현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기업가다. 마케팅적 사고와 세일즈적 기술 모두에 능해야 한다. 자신이 팔고 싶은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 사이의 trade-off 상황에서 조율하고 대안 내놓는 것이 기업가의 역할이다. 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기업가는 이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내놓고 성과로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날개달린 돼지. 샤오미 CEO “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날 수 있다” 이 책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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