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을 재밌게 읽는 법

FEJ(이하 F): 자기소개 좀 해줘

박윤 (이하 박): 안녕, 나는 경영학과 전공하고 있는 박윤이야. 요새 집에서 커피 홀짝거리면서 빈둥대고 있어. 소금팍팍 블로그에서 글도 쓰고 있어.

 

F: 인터뷰하는 이유가 너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어서야. 몇 권이나 읽었길래?

박: 내가 많이 읽는지는 잘 모르겠다ㅋㅋ;; 그래도 평균보다는 살짝 위인 거 같기는 해. 나는 읽은 책을 기록해 둬. 2017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240권 정도 읽었네. 이렇게 쓰고 보니까 많은 거 같긴 한데..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아. 하루에 20분 길면 1시간 정도 읽는 듯?

 

F: 원래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어?

박: 중1 때 반에서 판타지 소설이 유행이었어. 시험기간에 꽤 봤어. 그 시기 제외하면 책 거의 안 봤어. 1년에 2권도 안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군대에 가서 많이 보게 됐어. 알다시피 군대에서는 할 게 없거든. 그래서 그때 할 게 없어서 책을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고. 그 이후로 계속 보게 됐어.

 

 

박 씨가 제일 재밌었다는 책 : 다크 메이지

 

F: 책이 재밌다고ㅡㅡ?

박: 내가 군대 들어갈 때 책 200권 읽겠다는 목표랑 영어 단어 책 1권 마스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거든. 근데 영어는 처참히 실패하고 책 읽기만 성공했어. 영어는 재미없었고 책 보는 건 재미있었다는 거겠지. 재밌다고 느꼈던 이유는 명확해. 힘들 때 책을 보니까 나랑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해결책이 많더라고.

 

F: 오오, 비슷한 어려움? 궁금하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어?

박: 음.. 군대에서 첫사랑이랑 헤어졌는데 그때 진짜 너무 힘든 거야. 헤어진 한 달 동안 한 번도 안 웃었어ㅠㅠ. 제일 친한 친구한테 힘들어서 전화했더니 자기 후임들한테 나보고 “헤어졌냐 병X아 ㅋㅋ” 이렇게 말하라고 시키더라고;; 생판 모르는 5명한테 저 말 들었어. 기댈 곳이 없었단 뜻이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랑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게 되더라.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이 있어. 나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는데 구구절절 공감 가더라. 그 책을 보면서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 엄청 위로가 되더라고. 너도 곧 헤어질 텐데 꼭 봤으면 좋겠다.

 

헤어진 날 대대장이 당장 나가서 여자친구 잡아오라고 휴가 바로 보내줬는데 결국 못 잡았다고 한다

F: 근데 그건 연애에만 해당하는 경우 아닌가?

진로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던 시기가 있었어. 나만 뒤쳐지는 느낌? 그때 책을 되게 많이 봤어. 한 번은 나이키 창업자에 관한 책 <슈독>을 읽었어. 이 아저씨가 세계 최고의 신발 회사를 만들겠다고 스스로 강하게 결심한 적이 있었거든. 근데 그 뒤로 포기할 생각을 엄청나게 자주해.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냥 한낱 사람일 뿐이라는 걸 느꼈어. 내가 방황하는 게 별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많이 들었어. 그걸 보고 와 저런 아저씨도 저렇게 흔들리는데 내가 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구나 싶더라고. 내겐 여러모로 많은 위로와 힘을 줬어. 몇 차례의 경험 때문에 나는 힘들 때 책을 봐. 그러면 무조건 답이 있더라고. 내 슬럼프 극복법이야.

 

F: 오호.. 신기하다. 그러면 책은 끝까지 다 읽는 거야?

박: 이거 진짜 중요한 질문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끝까지 다 안 읽을 때도 은근 많아. 10권 읽으면 1-2권 정도는 중간에 포기해. 포기하는 이유는 읽다가 재미없거나 힘들어서. 보통 사람들이 책을 펼치면 끝까지 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러면 책에 부담감이 생겨서 못 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보고 다른 책 보고 몇 번 시도하면 분명히 한 권은 재밌는 책 걸릴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끝까지 안 읽은 책을 다시 볼 때가 있거든? 그러면 진짜 신기하게 재밌을 때도 많아. 아마 내공이 쌓이거나 그 당시 내가 관심 있는 주제나 고민이 되었다는 뜻이겠지. 그니까 부담 안 가지고 어깨에 힘빼고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

 

F: 나는 책을 읽어도 뒤돌아서면 기억이 안나… 너는 어때?

박: 솔직히 기억 잘 안 나 ㅋㅋ. 읽을 때는 엄청 재밌다고 느꼈던 책도 시간 지나면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 그래서 고민이었어. ‘내가 대충 읽는 건가? 시간 낭비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기억으로 오래 남기려고 독후감을 써봤는데 그것 때문에 책읽기가 싫어지더라고ㅋㅋㅋ. 안 읽게 되더라. 그래서 독후감은 포기했어.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게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시험공부 하며 달달 외워도 시험 끝나고 3주만 지나면 다 까먹잖아. 그냥 훑듯이 1번 읽은 책이 기억나봤자 얼마나 기억나겠어.

 

F: 그래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면 책 읽는 게 의미 없는 거 아닌가?

박: 나는 책을 30권 읽다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남기면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그 전 30권 읽을 때도 그럭저럭 재밌었잖아. 그럼 된 거지. 정말 운 좋게 다시 보고 싶은 책 한 권 남기면 정말 기쁜 일인 거고. 책은 수단이자 오락일 뿐이야. 컨텐츠를 얻는 매체가 책일 뿐이야. 너 유튜브 볼 때 반듯이 기억해야겠다고 애쓰지 않잖아. 똑같아 ㅋㅋ. 그리고 비슷한 종류의 책 많이 보면 여러 내용이 엮이면서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더라.

 

F: 그러면 책 추천 좀 해줄래?

박: 책 추천은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아. 책 추천이라는 말 자체가 ‘책’을 보겠다는 뜻이거든. 기본적으로 책을 볼 때는 “어! 내가 말이야! 책을 봐야겠다!” 이런 해비한 느낌으로 책 읽으면 재미없어서 못 봐. 너가 관심가는 분야의 컨텐츠를 제공하는데 매체가 책일 뿐인 거야. 그냥 너가 좋아하는 걸 봐.

 

F: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야..^^;;?

박: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교보문고에 가서 구경해봐! 거기엔 책이 정말 많거든. 둘러보다 보면 200% 너의 눈길을 끄는 책이 있어. 그건 책이 아니라 너의 흥미를 돋구는 이야기 보따리인 셈이야. 예를 들면, 너가 요즘 플라잉 요가에 관심이 생겼다면 그 책을 읽을수도 있고. 연애 문제면 연애. 진로면 진로. 유튜브랑 똑같아. 다만 글이다 보니까 더 정제되어 있고 응축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내공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유튜브보다는 책에 더 많다고 느껴ㅋㅋ. 결론은 교보문고에 꼭 가서 구경해봐. 꼭.

 

F: 오케이, 그러면 책 추천 말고 너가 재밌게 읽은 책이 뭐야?

박: 나는 <금융의 모험>!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 그전에는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싶긴 한데 너무 사악한(?) 곳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드는 거야. 몇십 년 일하고 늙었을 때 나만 부자가 된다면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더라고.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서 돈 번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까 금융은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하고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주더라. 이 책을 읽고 나서 금융이란 산업에서 커리어를 너무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F: 제일 재미없었던 책은ㅋㅋㅋ?

박: <총 균 쇠> 더럽게 재미없더라. 한 4번 시도했는데 매번 다 실패했어. 그 뒤로는 쳐다도 안 봐. 사람들 뭐가 재밌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ㅎㅎ

 

F: 그런 거 말고 내면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어?

박: 고집이 줄어들고 시야가 넓어져.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굉장히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더라. 보통 사람들은 한 가지 측면에만 주목해서 이야기해. 여러 어떤 책은 A라고 말하고 다른 책은 A- , a’, a’’’, A*B 이런식으로 다양해. 그러면 관련 주제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정교해져. 그러다보니 내가 한 가지만 주장하기 보다는 여러 선택지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깔고 갈 수밖에 없게 되더라. 지금도 주장이 강한 편이긴 한데 예전보다 정말 많이 완곡해졌어.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까 조율자로서의 역량이 커지는 것 같아.

 

F: 추가로 하고 싶은 말 있어?

박: 책을 볼 때 중요한 건 가벼운 마음인 거 같아. 책을 책으로 보지 말고 너의 고민이나 관심사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만약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다들 먹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걸 교보문고에서 단돈 15,000에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아. 미친 거지.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으려면 54억이나 내야 된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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