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듣는 경영학과 수업 후기

경영학과 수업 후기

전역하고 2년 만에 학교에 다닌다. 학회 하랴, 동아리 하랴, 시험공부 하랴 갑자기 바빠진 일정을 관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오랜만의 공부라 그런지 재미있으면서도 어렵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전공 수업은 5개다. 재무관리, 재무회계, 경제학원론, 경영정보시스템, 데이터분석경영이다. 개강하고 약 두 달이 지나가면서 느끼는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내가 벌써 이런 아재 복학생이라니ㅠㅠㅠ

 

전공 수업 중간 평가
재무관리  이 과목 굉장히 재미있다. 군대에서 조금이라도 공부해보자며 재무관리 책 사서 몇 자 읽으며 공부할 땐 진짜 매번 졸면서 봤다. 심지어 반도 못 봤다. 그런데 지금 너무 재밌다. 1년만에 이렇게 재밌어지다니 정말 신기하다. 재무관리는 기업의 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배우는 학문이다. 누구에게서 얼마의 돈을 끌어와서 장기적으로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일상적인 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배우는 과목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현금흐름 관점에서 바라본다. 누구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이 나에게 더 이득이 될지, 어디에 투자를 하는 게 우리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지를 평가하는 수업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기 때문에 어찌보면 굉장히 차갑고 딱딱한 관점이다. 관점이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나는 굉장히 재미있고 잘 맞는다. 아, 그런데 중간고사 보면서 울뻔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 맨붕 당했다.

경제학원론 1학년 때 F받았고, 복학하고 재수강 중이다. 그닥 열심히 공부하지 않다가 시험 기간 때 공부하면서 집중하다 보니 재미를 느낀 과목이다. 그래프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게 흥미롭긴 하지만 그래프 해석이 헷갈리고 어렵다. 내가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꽤 있다. 아마 내가 전략 쪽에 흥미가 많으니 경제학도 나쁘지 않게 다가오는 거 같다. 경영전략은 경제학의 게임이론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시험은 그럭저럭 본듯

 

재무회계  복학하면서 나는 재무와 회계 쪽으로 특화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하며, 재무회계와 재무관리를 수강 신청하였다. 재무관리가 진짜 잘 맞고재밌는 것에 반해, 재무회계 과목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그래서 조금 대충 공부하다가, 경영대 학회를 준비하면서 유통회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하고 있는데 재무회계를 공부해야겠다 싶었다. 기말고사 때는 제대로 공부하게 될 거 같다. 재미없더라도 재무회계 1, 2까지 참고 들어봐야겠다.

중간고사 때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데이터 분석과 경영 데이터 분석해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수업이다. 이 교수님의 수업이 어렵고 학점이 짜기로 악명이 높아서 수강신청률이 높지 않다. 근데 이 수업이 재밌는 것과는 별개로 정말 문과는 나와서 기업에서 이바지할 수 있는 파이가 아주 작다. 그나마 문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영역은 돈 냄새를 맡는 능력과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감과 숫자를 보는 능력이 중요하고, 영업력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상대방을 설득해서 딜을 따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학부에서 건져갈 수 있는 것은 재무와 회계와 데이터 분석이다. 인사, 마케팅 같은 수업 들어봤자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3달 동안 배우는 내용 3일 집에서 책만 봐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게 시험까지 봐가면서 답안 정확하게 맞추는 게 중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가를 위해서 시험을 봐야 하니까 보는 거지. (학교에서 배우는)마케팅 같은 soft 스킬은 책보다는 현실에서 행동하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학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학회를 하거나, 최고는 직접 돈 태우면서 마케팅 해보는 것이 팔아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수업 들을 때는 남들이 꺼리는 Technical한 능력을 쌓아야 한다. 안 그러면 진짜 문과는 사회에서 가진 능력치가 0이다.

경영정보시스템  기대 안 한 수업이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문과생으로서 테크가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어떠한 기술이 있으며 이 기술들이 비즈니스와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배우고 있다. 내가 테크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암기 위주의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꽤 재밌다. 이 과목 역시 수업시간 때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시험공부를 하면서 재밌다고 느낀 과목이다. 

번외로 교양 수업 중간 평가

인간의 가치탐색 고전 글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최악이다. 교수님의 가치관이 나랑 너무 달라서 재미도 없고 지친다. 기업을 악마로 묘사하고 싫어하신다. 계량적 사고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 전형적으로 착하고 옳은 말 좋아하는 어른이다. 그걸 강요하고 유도하신다. 가뜩이나 정반대에서 계량적 사고 좋아하고 기업 좋아하는 나와의 궁합이 안 좋다. 하루는 수업 중에 교수님의 발언에 연달아 4번이나 반박성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짜증이 나신 거 같았다.

글쓰기 꽤 재밌다. 글을 쓰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쓴 글을 피드백 받는 수업이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으로서 얻어갈 소스들이 있어서 재밌게 듣고 있는 수업이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뭐 하나라도 건지려고 수업을 적극적으로 듣는다. 친하지 않은 사람의 속사정과 가치관이 담긴 사적인 주제의 글들을 읽다 보니 관음증재미가 더 자극된다. 첫사랑과 관련된 글쓰기 과제가 있었다. 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이 내 친구(A군)의 친구였고 그 덕에 A군이 내용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참 좁다.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것들은 장기적으로 내가 기업에서 일하면서 실제로 사용하게 될 도구들이라 믿으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공부하고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보면 시험을 위한 공부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배운 내용으로 현실에 적용하려 해본다. 이를테면, 재무관리에서 ‘모든 것의 가치는 기대되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이다.’ 이 개념으로 ‘저 사람의 가치는 얼마일까?’,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이 나에게 얼마짜리 가치를 지닐까’ 하는 것들을 생각해본다. 나름 재미있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다 보면 한 학기가 끝나면 배운 것을 다 까먹고 결국 4년 후에 정말 바보로 졸업하게 될 것 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명색이 실용 학문인 경영학인데 현실에서 적용할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면 4년 날린 거 아니겠나. 

웃음이 안 난다.

나가며 경영학과의 경우, 적성만 맞는다면 인문대보다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거리들은 차고 넘친다. 재무제표 읽는 법도 배우고, 돈의 흐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도 배우고,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하는지도 배우고, 금융산업도 배우면서 주식에 관심이 생길 기회가 생기는 등 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지식이라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경영학도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 내용들은 시험 때문에 암기해야 할 까만 글자에 불과하다.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국·영·수만 공부한 현실감각과 생존력 없는 범생이들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신이 직접 부가가치를 생산해본 적이 없거나 적다 보니 경영학 이론과 현실이 맞닿아있다는 걸 느끼기 어렵다. 경영학과를 다니는 최고의 방법은 창업이 되었든 인턴이 되었든, 알바가 되었든 사업과 기업을 경험한 뒤에 경영대를 MBA 다니듯이 배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창업이 최고인 거 같다. 아버지가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신다. 방학 때, 거기서 일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장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컨설팅, FAS, IB에서 RA 하고 싶다.

2016년 신입생 시절, <책임경영> 수업 종강 날에 교수님이 질문이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대로 수업 4년 들으면 남는 거 하나 없이 졸업하게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봤다. 교수님은 이 예의 없는 학생에게 친절히 답변해주셨다. 그 교수님의 답변을 이해하기엔 나의 내공이 부족했던 탓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 후 2년 동안 나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군대를 다녀오고 2학년이 되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할 즈음에는 남은 3년이 대해서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정해진 상태였다. 대신 또 다른 고민들이 생겼다.

Na-eun.. How should I do from now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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