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의 진실(1) – 배당금은 처음이라

배당금은 처음이라

인생 첫 배당금 43만원이 들어왔다. 여기서 15.4%의 세금  7만원을 떼고 36만원이 통장에 꽂혔다.

배당금으로 나에겐 13월이 생겼다. 한 달 생활비가 30만원 안쪽이니 배당금 36만원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남들보다 1달을 더 사는 셈이다. 이 과정을 12번 반복하면 1년 내내 매달 생활비가 들어온다.

일하지 않고도 돈이 들어오다니 진정한 불로소득이다ㄷㄷ

 

정말 불로소득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로소득이 있다고 믿는다면 단언컨대 순진한 바보다.

이 세상에 불로소득은 없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1. 투자에는 대가가 따른다.

회사는 적자가 나고 회사 사정이 어렵더라도 직원에게 월급을 줘야 한다.

직장인은 고용계약을 맺었다면 어떤 상황에도 약속된 급여를 지불받을 권리가 있다. 회사의 실적에 관계 없이 고정적인 현금(급여)을 받기로 계약한 것이다. 이는 회사 실적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는 다음을 읽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투자자는 실적에 따라 남는 돈을 받겠다는 계약한 것이다. 대신 고정적인 현금을 받는 것을 포기한다. 직장인처럼 고정적인 금액을 받지 않는다. 

 남는 돈을 받겠다는 말은 남는 돈이 없으면 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익에서 배당금을 주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배당금이 축소된다. 배당금이 줄어들면 주가 역시 떨어진다. 사업이 기우는 회사는 아무도 비싸게 사주지 않는다.

적자 지속으로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폐업한다. 투자자는 이 때 모든 돈을 잃는다.  

회계적 관점으로 더 정확히 살펴보자.

 

손익계산서 구조], 영업이익, 주식배당

쉽게 설명하면, 매출 – 비용 = 이익 이다. 

매출은 고객에게 파는 물건의 가격(P)*판매수량(Q)다. 

비용은 1) 직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2) 거래처에 제공하는 재료비 3) 돈을 빌려준 채무자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있다. 비용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다. 

매출에서 타인의 몫인 비용을 모두 치르고 남는 돈인 이익만이 투자자의 몫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자신의 몫을 챙겨가는 투자자가 제일 위험하다. 물건을 많이 팔지 못 하거나, 거래처에 돈을 못 받을 가능성 등 돈을 잃을 모든 가능성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여 잃을 때는 크게 잃고 벌 때는 많이 벌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투자자의 수익은 위험감수의 대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2. 투자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 : 자본제공 & 가치평가(pricing) & 기업의 파트너

그렇다면 투자자는 도대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냐고 물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누구를 기쁘게 만들었기에 혹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길래 돈을 버는거냐고 말이다.  

투자자는 세 가지 역할을 통해 사회에 가치를 제공한다. 자본제공가치평가기업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다.

 

  • 자본제공

Case: 배달의 민족

몇 년전까지만 해도 배달은 전단지를 보고 주문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하는 게 더 익숙하지만 말이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음식의 대표인 치킨과 중국집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 을 위해서는 더 큰 자금이 필요했다. 초창기에 본엔젤스의 시드투자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수혈했다. 

당시 배달의 민족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예측이 많았다. 오프라인 전단지를 고작 앱으로 옮겨서 돈도 못 벌고 있는데 뭐 그리 대단하냐는 거였다. 다들 곧 망할 것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의 민족에게 돈을 대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알고 있다.

사업에는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투자자는 돈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업에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돈을 건 덕분에 우리가 쉽게 가게들을 비교하여 쉽고 빠르게 가게를 골라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여담으로 투자는 돌이켜보면 선명하지만 당시에는 언제나 흐릿하다. 배달의 민족 투자자의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이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적자 기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 기업의 가치평가(pricing)

투자자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한다. 그 목적은 얼마짜리 기업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값을 매기고 싸면 사고 비싸면 판다. 개인투자자의 이런 상호작용은 집단적으로는 기업이 적정가격에 거래되는 시스템이 된다. 이 시스템은 좋은 것은 좋게 보이도록 나쁜 것은 나쁘게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배달의 민족의 리뷰를 생각하면 된다. 맛있는 가게라고 리뷰에 쓰여 있어서 시켰는데 맛이 없으면 화가 난다.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대상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리뷰 시스템이 엉망인 경우에는 사람들이 그곳을 떠난다. 

투자의 세계의 리뷰 시스템은 투자자들의 가치평가다.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적정 가치보다 비싸지면 판다. 이게 시장전체적으로 확장되면 좋은 기업은 비싸게 거래되게 만들고 반대의 기업은 싸게 거래되게 만든다. 이런 리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향후 이 회사들이 신규로 자금을 조달할 때 주가가 좋은 기업은 더 싼 이자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질 낮은 위험 기업엔 비싼 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유망한 회사는 높은 주가를 기반으로 스톡옵션을 만들어 우수한 인력들을 채용하며 사업의 선순환을 만든다.   

좋은 것은 좋게, 나쁜 것은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임무는 투자자들이 맡고 있다.   

 

  • 기업의 파트너
마지막으로 투자자는 기업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 투자자는 기업의 파트너로서 창업주와 경영진을 견제한다. 금융 시장의 전문가로서 기업에 조언할 수도 있다. 첫 번째의 자본제공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외부 투자자보다는 좀 더 기업 측면이며 질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투자에 지속가능한 불로소득은 없다

개발자는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본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꽁으로 돈 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그렇지 않아 보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손가락으로 돈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손가락으로 버는 것이라 생각하면 세상 너무 쉽게 보는 거다.

머스트 자산운용의 슬로건대로 투자에 지속가능한 불로소득은 없다

머스트 자산운용 홈페이지 헤더

투자자는 다른 투자자들보다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야 살아남는다.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5%뿐이다. 나머지는 95%는 돈을 잃는다. 좋은 기회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좋은 투자기회를 남보다 빨리 발굴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서 책과 보고서를 읽는다. 생각하고 해석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투자자는 탐방을 다니니 사실상 물리적인 노동도 하는 셈이다.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금융시장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성공하는 투자자는 하루에 8시간 씩 책과 보고서를 읽는다. 오직 분투하는 자들이 돈을 번다. 

 

금융투자는 노가다

 

세상엔 공짜가 없고, 투자에는 지속가능한 불로소득이 없다. 

 

불로소득이란 단어의 함정

앞서 투자도 노동이라는 것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말 노동이 가치있는 걸까? 

노동을 하지 않고 돈 번다고 욕하는 것은 노동이 신성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물건을 돈 주고 사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쌀국수 집의 예시를 통해 이해해보자.  

 

  • 쌀국수 집 이야기

홍대에 맛있는 쌀국수 집이 있다. 이 쌀국수 집은 가성비 좋은 쌀국수 집으로 유명하다. 최근 사장님에겐 고민이 하나 생겼다. 키오스크 도입 문제다. 알바생을 계속 써야할지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알바생을 해고할 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알바생은 계속 고용한다면 최저시급이라도 월 200만원씩 줘야 한다. 1년이면 2400만원이고 5년이면 1.2억이다.

반면 키오스크는 300만원이다. 일단 도입하고 나면 5년 동안은 별다른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별 고민할 필요도 없다. 키오스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키오스크가 들어온 덕분에 쌀국수의 원가가 낮아졌다. 낮아진 원가로 쌀국수의 가격을 500원 더 내릴 수 있었다. 더 좋아진 가성비로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또 다른 쌀국수 가게는 여전히 알바생을 쓴다. 점심시간이면 비슷하게 붐비던 이 쌀국수 집은 이제 한산하다. 더 비싸서 사람들은 그곳에 가지 않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폐업은 조만간이다. 사장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사장님도 키오스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소비자는 당연히 키오스크 쌀국수 집으로 간다. 같은 음식을 더 싸게 파는 가게 있는데 누가 알바생 잘리는 거 불쌍하다고 돈 더 주고 사먹나? 한 두 번이야 가식으로 착한 척하며 갈 수 있다. 계속 그럴 수는 없다. 결국 가성비 좋은 집 간다.

 

쌀국수 싸고 맛있게 달랬지 누가 땀 흘리라고 했나?

불로소득을 욕한다면 자신의 노력(노동)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봤듯이 우리는 아무도 땀 흘려서 숭고한 노동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

그저 쌀국수가 먹고 싶었고 가격이 싸면 더 좋아했을 뿐이다.

우리가 돈을 쓰는 이유는 바라는 걸 얻을 수 있어서다. 상대방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가 아니다.

월급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노동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게 아니다. 고용주라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고용주인 기업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때문에 돈을 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불로소득을 욕하는 사람은 바라지도 않는 선물을 주고 ‘왜 기뻐하지 않느냐’고 화내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받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노력은 들이밀어봤자 소용이 없다. 불편한 강요다.

땀 흘려번 돈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면 평생 땀만 흘려야 한다. 그리고 내 땀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 화내고 싸워야 한다. 

싫다잖아 미친놈아

아무도 원하지 않는 노력을 하고 화내서는 안된다. 노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키오스크에 투자한 사장님은 현명했다. 가성비 좋은 쌀국수가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투자에 뒤쳐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부지런했기에 위기와 기회를 인지하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었다. 부지런함은 맹목적인 노력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불로소득이란 단어에 담긴 전제가 잘못됐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나의 노력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 과정이 비로소 올바른 노력이다. 

노력(노동)에 집중하면 무엇을 위해 노력(노동)하는지를 잊게 된다.

우리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다.  

 

나가며 –

요즘에 돈복사라는 말이 있더라. 돈복사? 그런 건 없다. 

물론 잠깐은 모르겠지만 5년이면 다 나가리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찾아온 운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공짜 바라다가 패가망신한다.

누군가가 오래도록 쉽게 돈 버는 것 같다면 뒤에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거다.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땀 흘린다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수많은 혜택은 사라진 투자자들의 실패 덕분에 존재한다. 이들의 실패가 사회적 자산이 된다.살아남은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은 이를 발판 삼아 더 강건한 사업을 만든다. 수익을 창출하려는 투자자들의 노력과 경쟁이 배달의 민족을 탄생시키고, 사회의 Pricing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아, 마지막으로 투자의 위험을 감수하는 게 위험할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위험할지는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 주커버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가장 위험하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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